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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엔 하늘이 분홍색이더라!" 동생에게 말했어요.
"오 진짜네."
"지난번에 북해도에 갔을 때 느꼈어. 정말 아름답다."
"진짜 예쁘다!"
사진을 찍으려는데, 높게 세워져 있는 간이 펜스가 아름다운 하늘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것만 없으면 좋을 텐데.'
-- "이거 봐봐"
"에이, 사진에는 잘 안 담긴다."
사진에는 간이 펜스 외에도 하늘을 가리는 도시의 구조물들이 많이 담겨 있더라고요. 프레임 밖에 있을 때는 고개만 들면 확 트인 느낌이 들었는데, 테두리를 그리니까 높은 건물과 도시의 시설들이 공간을 꽉 채우고 있었어요.
나는 더 이상 뭔가가 필요하지 않은데... 무엇을 또 짓고 있는 것일까? 사실 주민들은 작년에 이곳 바닥에 페인트가 칠해지고 관광객들을 위한 구조물이 만들어질 때마다 많이 반대했었어요.
(혹시 바닥에 페인트칠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면 '레드로드', '하늘길'을 검색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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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하늘이 분홍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빛의 산란, 그리고 대기의 조건과 관련이 있다고 해요. 눈은 도시의 불빛을 반사해서 하늘로 퍼지게 하고, 두꺼운 구름은 그 빛을 산란시켜요. 구름층이 두꺼우면 대기가 짧은 파란색의 파장보다는 빨강, 주황, 분홍과 같은 빛의 긴 파장을 더 많이 산란시키면서 하늘에서 다양한 색을 볼 수 있게 되어요. 그러니까, 도시의 색깔이 눈을 통해 하늘에 투영되는 것이 눈 오는 날의 하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눈은 만물을 몸으로 덮어버리면서도 그 안의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고, 퍼뜨리네요. 그래서 차가우면서도 포근한 느낌이 드나 봐요.
사실 요즘엔 눈이 오면 보기 싫은 것, 더러운 것,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는 것만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 꼭 알려져야 하는 노력까지 덮여버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몸에 눈을 얹고, 눈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며 온기로 녹이는 과정에서 정화가 일어날 것 같아요.
침묵 속에서 차가움을 그저 수용하며 존재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렇게 고요하게 눈이 쌓이면 평소 드러날 기회가 없었던 내면의 새로운 빛이 표출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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