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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지내고 있어요? 빠르게 지나간 5일이에요!
저는 멕시코시티에서 닷새를 보내고 이제 과나후나또라는 도시로 이동하고 있어요. 과나후나또는 멕시코시티에서 차로 5시간 정도 걸리는 도시로, 애니메이션 코코의 배경이 된 도시이기도 해요. 저는 코코를 사랑해서 세 번이나 봤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도 또 볼 의향이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이라서 과나후나또에 꼭 가 보고 싶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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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 전에 멕시코시티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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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는 인구 2,200만 명의 거대한 도시예요. 고대 문명에 기원을 두고 있는 오래된 도시이기도 하죠. 관련해서 고구려 난민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서 다른 유목민들과 결합하여 멕시코의 똘떼까, 아즈텍 문명을 구성했다는 설이 있어요. 아즈텍에는 날개 달린 뱀을 숭배하는 무당이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익숙한 '용'을 말한 게 아닐까요? 용을 기리는 무당!
아즈텍의 언어는 한국어와 비슷한 점들이 많다고 해요. 공유하는 단어도 아주 많고, 문법적으로도 교착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농경 민족인 신라의 후손이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의 외모는 한국인들과는 아주 달랐어요. 저는 필라테스 강사이다 보니 체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전반적으로 다리가 가늘고 몸통이 두꺼우면서 위로 들어 올려져 있는 형태의 체형이 많더라고요. 현실적이고 적극적이고 쾌활한 성격이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몸이었어요.
중남미 지역은 한국의 거의 반대쪽에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뿐 아니라 사실 거의 모든 것들이 달랐던 것 같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새로워서 이곳 사람들에게는 별것 아닌 일상적인 요소도 관찰하고 감탄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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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아주 건조하고 쾌청한 날씨와 처음 보는 식생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곳곳에 작고 만질만질한 잎을 가진 나무들, 선인장, 꽃나무들이 살고 있어요. 또 생각보다 건조해서 도시 중심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선인장과 수풀이 드문드문 있는 들판이 펼쳐져요. 물론 어떤 나무는 키가 아주 크기도 하고, 또 어떤 나무는 줄기가 굵고 잎이 풍성하기도 해요. 하지만 똑같이 키가 크더라도 생명력이 차고 넘치는 덥고 습한 지역의 나무와는 다른 느낌이에요. 제게는 이곳의 식생이 좀 더 단단하고 귀여운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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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의 거리에는 유럽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많아요. 건물, 자동차, 도시의 시설, 각종 물건이 낡고 오래된 것들이 많은데, 나름의 감성을 가지고 나이가 들었어요. 도시 전체가 '엔틱'한 느낌이에요. 동시에 멕시코의 전통 문양들과 알록달록한 색감도 눈에 띄어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직관적인 벽화, 다양한 양식의 건축, 다채로운 색깔이 느리게 산책하는 저의 시선을 이곳저곳 머물게 해요. 한 번도 식민 정치를 했던 나라에 살아본 적도 없고 뼛속까지 동아시아인인데 있지도 않은 '식민지의 향수'가 생길 것 같은 기분이에요. 안 그래도 북부 독일 출신 여행 메이트 J가 과테말라 안티구아가 좋았다며 사진을 보여주면서 '식민지 감성'이라고 하더군요. J에게 "나 식민지는 싫은데 식민지 감성은 좋아하나 봐" 했더니 "나도 그래" 하더라고요. 한국과 독일의 각기 다른 뿌리에서, 우리가 느낀 것은 같은 감정이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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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럽지만 스페인어를 하나도 모르는 채로 이곳에 왔어요. 뒤늦게 공항과 숙소에서 들여다보려는데 이상하게 관심이 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어떻게 되나 보자'하는 마음으로 시내로 나갔어요. 지하철에서 열심히 노선도를 보며 플랫폼을 찾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서 웃으면서 친절하게 길을 알려 줬어요. 고맙다고 말하고 그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헷갈려서 다시 지도를 봤어요. 아까 그 아저씨가 어리바리한 제 모습을 보고 어디에선가 다시 다가와서 맞는 방향을 알려주셨어요.
한번은 길거리에서 옥수수빵 같은 걸 팔길래 궁금해서 사 먹어 봤어요.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뭐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제가 무슨 뜻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니까 웃으면서 한 번 더 말씀하셨어요. "따말리스 도라도스". '따말리스 도라도스..?' 저는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돌아섰어요. '따말리스 도라도스, 따말리스 도라도스....' 길지 않은 문장이라서 최대한 똑같은 발음으로 되뇌었어요. 그리고 챗지피티를 켜서 마치 주문을 외우듯 말했어요. '따말리스 도라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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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검색결과
우: 따말리스 도라도스 (Tamales Dorados)
이 겉바속촉 멕시코의 길거리 음식 이름이 바로 따말리스 도라도스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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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사람들에게는 다들 기본적으로 따뜻함과 긍정성이 장착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여행자로서 짧게 대화한 것이 다지만 표정을 통해 시시각각 다양한 감정의 변화가 느껴져요.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대충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고 대화가 만족스럽더라고요..? 몇번의 그런 경험을 통해 의사소통에서 음성 언어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면서, 더 당당하게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자꾸 사람들에게 무언가 물어 보고 도움을 요청했어요. 돌아보니 시민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네요. 제가 멕시코시티 시민들을 너무 귀찮게 했거나 놀라게 하지 않았기를 바라요!
-- 어제 저녁엔 멕시코시티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루프탑 바에서 저녁을 먹었어요. 사실 육체적으로 많이 피곤했어서 원래 가려던 식당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리뷰가 좋은 곳을 찾아서 아주 편안한 차림으로 갔는데, 들어가서 보니 예쁘게 입고 와서 클러빙을 하는 힙한 곳이었어요. J가 말하길 입장이 아주 까다롭고 예측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베를린의 베어그하임 (Bergheim) 이라는 클럽에 들어가려면 아주 튀는 강렬한 복장으로 가거나, 아니면 아예 편안하고 느긋한 태도를 보여 주어야 한다고 해요. 둘 다 자신이 있지만 후자를 좀 더 잘 하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브리또와 목테일을 시키고 전경이 좋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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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거대한 소칼로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손을 뻗으면 바로 옆의 대성당 지붕이 닿을 것 같더군요! 점심을 제대로 못 먹은 후에 먹는 늦은 저녁이라 허겁지겁 브리또를 먹고 말 없이 광장을 바라봤어요. 스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북 소리에 맞춰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몸을 회전하기도 하고 앉았다가 점프를 하기도 하고, 몇몇 사람들은 깊게 몰입해서 굉장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기도 했어요. 아주 자연스럽고, 직관적이고, 무엇보다도 심리적으로 해소가 많이 될 것 같은 신나는 춤이었어요.
그저께 밤에는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유명한 살사바 마마룸바 (Mama Rumba) 라는 곳에 갔는데요, 현지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살사바 자체도 정말 좋았지만 가는 길에 크고 작은 광장에서 다양한 춤을 추는 사람들이 흥미로웠어요. 살사를 추는 그룹도 있었고, 북 소리에 맞춰서 다같이 회전하고 점프하는, 어제 밤 봤던 춤과 비슷한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무언가 중앙에 물건을 모아 두고 향을 피운 채 추는 경우도 있고 그냥 추는 경우도 있었어요. 북소리와 발을 이용한 움직임이 신나 보여서 저도 모르게 그룹에 끼어서 춤을 췄어요. 그런데 잘 보니 뭔가 의식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제가 뭔가 방해를 하거나 피해가 될까봐 중간에 빠져 나왔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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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살사바 마마룸바 (Mama Rumba) 우: 소칼로 광장에서 목격한 제의 춤 (Ritual Da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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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꼭 (필라테스를 한 것처럼 몸통이 uplifted된) 현지인들과 같이 춤을 춰야지! 다짐하며 바에서 내려와 광장의 춤을 추는 사람들에게 다가갔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가운데 물건을 모아 두고 향을 피우고 커다란 북을 세 개나 치고 있었어요.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도 있었고, 발에는 나무 열매같은 것들을 달아서 움직일 때마다 짤랑짤랑 소리가 났어요. 바에서 저녁을 먹을 때부터 내려가서 직접 지켜보기까지 사람들은 거의 한 시간 동안 역동적인 춤을 췄어요. 이윽고 움직임을 멈추고 일정한 리듬으로 북만 연주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이제 허공을 바라보며 양 손을 들고 뭔가 접촉하고 연결하는 듯한 시간을 가졌고, 그 방향으로 향 연기를 보냈어요. 마지막으로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 마치 영혼에게 인사를 하듯 절을 했어요. 그렇게 동 서 남 북 모든 방향과 소통하고 인사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 서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얼굴에 검은색과 흰색의 분장을 하고 표범 무늬의 타이즈 위에 천을 두른 사람이 깃털과 향을 들고 다가왔어요. 저한테 무슨 말을 했는데, 뭔가를 하려냐고 묻는 것 같았어요. 저는 '네'라고 대답했어요. 저는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팔을 벌리고 서 있었고, 깃털과 연기가 제 몸을 감싸는 것을 느꼈어요. 이후 양손을 앞으로 뻗고 연기를 받다가, 마지막에는 그 분이 저의 합장한 손을 잡고 뭔가 축복을 해 주셨고, 향을 정수리로 가져가 잠시 올려두었다가 다시 몸 전체를 훑었어요. 그리고 저는 50페소를 지불했어요. 사실 아직도 그게 뭐였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돈을 내는 것이 억울하거나 사기를 당하는 기분은 아니었어요. 그분이 저에게 뭔가 진심으로 열심히 했고, 그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싶었어요. 거리에서 춤 추며 의식을 했던 사람들도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즐거움, 해소감, 그리고 무언가와 연결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신성하게 느껴졌어요. 멕시코의 굿인 거겠죠? 어떤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이 곳에서는 이렇게 매일 크고 작은 굿이 이루어지네요.
베야스 아르테스 미술관 (Palacio De Bellas Artes) 서점에서 발견한 다양한 신화, 종교, 전설에 대한 책들, 그리고 우연히 들어간 편집숍에서 발견한 원석, 아로마오일, 향, 말라의 존재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밤이에요. 어쩌면 이곳에서 언제 어디서 음악과 춤을 만나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곳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과의 연결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이 내재되어 있어서이지 않을까요?
저는 연결을 통해 역설적으로 나에게 더 집중하게 된다고 느껴요. '나'는 누군가와의 소통을 통해서만 가시화되기 때문이에요. 연결의 도시 멕시코시티에서는 광장이나 거리 뿐 아니라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노래를 하거나 공연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요. 때로는 돈을 후원해달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마치 애니메이션 코코에서 본 방랑하는 거리의 악사 같기도 했어요. 저희 아빠도 노래 하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멕시코에서 태어났다면 이렇게 살고 계시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도 만약 여기에 산다면 매일 밤 야외에서 친구들과 춤을 췄을 거에요.
-- 이/가 연결과 몰입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먹고 사는 문제와 관계 없이, 순수한 연결감 혹은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이 있나요?
의 삶에서 그것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또, 얼마나 중요한가요?
날이 좋은 봄에 꼭 같이 춤 춰요!🌸
2025.1.20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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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레터에서 멕시코시티에 대한 내용은 채경석님의 "중미, 라틴을 꽃피운 땅"을 참고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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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직임의 바다 @sea.of.m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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