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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공항에 홀로 앉아 있는 시간이 자유롭고 고독하고 평화로워요.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해야 할 것도 없기에 몸 구석구석 이렇게 저렇게 숨도 보내 보고, 이곳저곳 눈길이 닿는 곳으로 시선도 보내며 감미로운 무위를 만끽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이 고요해지고, 이제 시선을 나에게 돌려 봐요. 사랑하는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이 떠오르고, 뒤이어 출국을 준비했던 지난 몇 주의 날들을 떠올려 봐요.
출국 전 2주일은 나름 알차게 보낸 날들이었어요. 이미 수업은 모두 정리하거나 대강을 구해 둔 상태에서 출국이 밀려 갑자기 시간이 생겼어요. 남은 시간 동안 조금이나마 여행 경비를 벌기 위해 대강도 하고 팝업스토어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일주일간 멈췄던 개인레슨을 재개해 수업도 두 번씩 더 하고, 오다카요가와 CBC 수업을 열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서 막간의 원데이클래스도 진행했어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제주항공 참사 소식을 접하고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기 어려워서 사람들과 함께 애도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마지막으로 잠시 멈췄던 스터디 모임을 재개하여 독서 모임도 하고, 어젯밤 떠나기 직전 발제도 했어요. 또 그사이에 감기 몸살도 걸리고 짧은 단식도 하고, 사람들이랑 500배와 1시간 좌선 명상도 했네요.
2주 동안 새롭게 배우고 깨달은 것이 왜 이렇게 많나 했더니 꽤 밀도 있는 날들을 보내서였나 봐요.
사실 크루즈에서는 하면 안 되는 것, 할 수 없는 것들도 많았고,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내려놓고 수용해야 하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10분이라도 조용한 곳에 앉아서 멍때리고 싶어도 그런 장소를 찾기가 어려웠어요. 어딜 가나 사람이 있고 음악이 나오고 배가 흔들리고 난방이 되지 않아 공기가 차가웠어요. 지금껏 요가와 태극권으로 꾸준히 내려놓음을 수련한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 싶을 정도로 주어진 환경에 완전히 순응해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순식간에 다시 시작된 서울에서의 삶은 온전한 행복과 평화의 시간이네요. 이 시간이 많이 그리웠나 봐요. 따로 또 같이 공부하고 나누며 사는 삶은 기쁘고 감사하고 행복해요. 이런 일상을 사는 것이 제가 평생 하고 싶고, 가야 할 길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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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는 요즘 어때요?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나요?
잘은 모르지만, 우리는 모두 무언가 계속해서 배우면서 통합해 가는 과정에 있을 거예요.
애써 몰아붙이지 않아도,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경험들이 모이고 연결되어 편안함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은/는 그 편안함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거죠!
그러니까 만약 조절할 수 있다면 우리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해요.
그나저나 이/가 편안함을 느끼는 놀이터 같은 장은 어디일지 궁금하네요! 이야기해 주지 않을래요?
아니면 언젠가 초대해 주세요😊
202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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